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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운전자 과실' 가능성 높아졌지만 "믿을 수 없다"…진위 가릴 방법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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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운전자 과실에 무게
EDR 분석 결과 논란은 여전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관련해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판단이 나왔음에도 분석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간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통해 차량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가 한 건도 없는 만큼 사고 원인을 밝힐 대안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밤 서울 시청 근처에서 승용차가 교차로를 역주행하며 행인을 덮쳐 9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 현장 근처에 2일 아침 누군가가 국화꽃을 가져다 놓았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1일 밤 서울 시청 근처에서 승용차가 교차로를 역주행하며 행인을 덮쳐 9명의 사망자를 낸 사고 현장 근처에 2일 아침 누군가가 국화꽃을 가져다 놓았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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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R 분석, 신빙성 떨어져"

15일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1일 국과수에서 운전자 과실에 무게를 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실체적 진술에 거의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지만, 해당 결과를 토대로 운전자 진술을 받으면 사고에 대한 수사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과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운전자가 건강을 회복하는 대로 진술이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과수는 지난 2일 운전자 차모씨(68)가 몰던 제네시스 G80 차량과 EDR 등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정밀 감식·감정에 들어갔다. 이어 11일 차씨가 사고 당시 가속페달(액셀)을 90% 이상 밟았으며 페달 오작동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감정 결과를 경찰에 통보했다.

조 청장은 "사고 당시 켜진 후미등은 브레이크로 인한 것이 아니라 외부의 빛이 후미등에 투영돼 발생하는 '난반사' 혹은 전자적 결함으로 순간적으로 차체에 불이 들어오는 '플리커 현상'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외에도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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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리꾼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감정 결과를 믿을 수 없다'라는 의견이 나온다. 그간 숱한 급발진 주장 사고에도 불구하고 제조사 측의 차량 결함을 인정한 판례가 한 건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때마다 재판부는 국과수의 사고 당시 EDR 분석 결과를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해왔다.


EDR 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있었다. 일례로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태우고 몰던 차량이 돌진해 손자 이도현군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급발진' 가능성이 급물살을 탔지만, 국과수는 EDR 분석을 통해 '페달 오조작'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사고 재연 실험에서 EDR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면서 국과수 분석 결과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내 대표 자동차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은 "EDR로 급발진 못 밝히는 건 이미 알던 사실 아닌가" "언제 EDR에 급발진 기록되는 거 봤나" 등 국과수 판단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전문가들 역시 실제 급발진 발생 시 EDR은 증거 자료로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서 치매 환자나 정신질환자가 하는 증언을 증거로 채택하겠다는 거다. 급발진 발생 시 차량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등 모든 것이 다 망가진 상태인데 이 상황에서 기록된 EDR 결과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고 꼬집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소프트웨어 결함 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국과수가 운전자 과실로 발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고 말했다.


'페달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엔 난색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급발진 여부를 밝힐 사고 재연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와 관련해 급발진 여부를 밝힐 사고 재연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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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논란이 반복되면서 '페달 블랙박스' 등 진위를 보다 정확하게 가릴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페달 블랙박스는 운전자의 발 기록을 실시간으로 촬영해 운전자의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사용 여부를 알려주는 장치다.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자동차 페달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새로 만들거나 수입한 차량에 블랙박스 장착을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논의에도 정부 및 관계자들은 페달 블랙박스 장착 '의무화'에 대체로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개인적으로 제 차에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려고 한다"면서도 "법률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은 여러 규제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도 페달 블랙박스 의무화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유럽에선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차량용 블랙박스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들에 페달 블랙박스를 강제하면 차량 수출·입 등에 문제가 생길 게 뻔하다"며 "정부는 품질 인증을 통해 중소기업이 생산한 페달 블랙박스 가운데 양질의 제품을 걸러주고, 손해보험사와 의논해 페달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의 방식으로 자발적 설치를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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