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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김설 작가의 '난생처음 독서 모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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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요즘 독서모임이란 단어가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된다.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뜬금없는 유행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작은 모임을 만드는 건 이미 유행을 넘어 하나의 트렌드가 된 지 오래다. 왜 혼자가 아니라 함께인가. 이는 아마도 이야기에 대한 인간의 본능 때문일지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그 이야기는 타인과 공유할 때 비로소 끝을 맺고, 타인의 공감을 얻을 때 마침내 완성된다. 글자 수 1023자.
[하루천자]김설 작가의 '난생처음 독서 모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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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심심풀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서는 어떤 책도 재미있기가 어렵다. 책에서 재미를 찾는 건 모험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번지점프를 하듯 용기를 내서 그 속으로 풍덩 뛰어드는 것이다.


그전에 먼저 알아야 할 게 있다. 책이라는 매체가 기본적으로 재미 하고는 거리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소리도 안 나고 움직이지도 않는 종이 위 글자를 보는 게 재미있다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책이 재미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모르긴 해도 백에 한두 명 정도일까. 당연한 말이지만 나도 재미없는 책이 많다. 그런데 언제까지 책을 재미로만 읽을 것인가. 재미에만 이끌려 독서모임에 온다면 죄송하지만 돌려보내고 싶다. 그런 사람은 자기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책만 읽으려고 한다. 자기 생각을 어떤 작가가 책에서 똑같이 말해주면 기분이 좋으니까. 많은 사람이 그런 책이 재미있는 책이라고 믿는다. 그럼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 싶을 때야말로 독서모임에 가면 된다.

우리 독서모임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책을 정한다. 각자 한 사람씩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목록에 올린 다음 투표를 하거나 한 작가를 선택해서 그가 쓴 책을 여러 권 읽거나 분야별로 나눠 읽기도 한다. 대부분은 운영자인 내가 책을 고르는데 많은 사람이 만족할 만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힘에 부칠 때면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을 돌아가며 택하는 방식도 쓰는데 그때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자기가 고른 책을 토론하는 날, 당사자가 결석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생각보다 빈번히 일어난다.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을 자신이 선정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는 구성원이 의외로 많다. 독서모임을 할 책을 고른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는 것이다. 왜 이 책을 골랐는지, 이 책을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지 등등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야 한다. 그런데 정작 그 사람이 결석하면 그날 분위기는 단팥 없는 찐빵처럼 싱거워진다. 처진 분위기를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설, <난생처음 독서 모임>, 티라미수 더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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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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