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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영국의 아세안 외교와 '탈구입아'(脫歐入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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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2016년 6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후 많은 논란 끝에 지난해 1월 소위 ‘브렉시트(Brexit)’가 공식 발효됐다.


유럽 대륙과의 결별로 국제적 영향력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영국 정부는 오히려 ‘글로벌 브리튼’이라는 슬로건 아래 국제무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브렉시트 이후 외교 분야 등의 비전을 담은 정책 보고서를 발표, ‘인도태평양으로의 이동’이라는 별도 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의 협력 강화를 중점 행동 분야의 하나로 제시했다.


경제적으로도 영국은 아세안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2019년 교역량은 520억달러로 전년 대비 12%, 대아세안 직접투자도 400억달러로 2018년 대비 26% 각각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 베트남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올해 6월에는 아세안 4개국이 참여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의사를 천명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추구했다면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은 ‘탈구입아(脫歐入亞)’를 지향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이러한 노력은 지난 4월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영국을 아세안의 대화 상대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함으로써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 아세안이 1999년부터 대화 상대국 신규 승인을 동결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는 극히 예외적인 우대였다.


과연 무엇이 영국-아세안 관계의 이처럼 신속한 발전을 가능하게 했을까? 한마디로 ‘축적된 외교의 힘’이라고 본다. 영국은 과거 식민지였던 싱가포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이 독립한 이후에도 영 연방 체제 안에서 긴밀한 양자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인 유대 등을 바탕으로 인적 교류도 꾸준히 증대해 왔다. 유럽 거주 아세안 국민의 40% 이상이 영국에 살고 있으며, 아세안 내 유럽시민의 67%가 영국인이라는 통계도 있다.


또 영국은 아세안이 가장 선호하는 유학 대상국으로 4만명이 넘는 아세안 출신 학생이 영국에서 재학 중이다. 특히 개발협력 분야에서 영국의 아세안 지원은 괄목할 만하다. 교육, 보건 분야에서만 최근 10년간 이 지역에 48억달러 이상의 공적원조를 제공해 왔다.


물론 영국 나름의 국익에 대한 고려도 대아세안 관계 강화의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브렉시트의 영향으로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하에서 인구 6억5000만명의 거대 시장인 아세안과의 경제협력 확대는 영국 경제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다.


안보 측면에서도 해양국가인 영국은 아세안의 최대 관심사인 남중국해 문제에 적극적인 관여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신예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 호의 최근 남중국해 항행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아세안 외교와 한반도 밖으로도 시야를 넓히고자 하는 우리의 신남방 정책 간에는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많다고 본다.


영국의 아세안 외교가 오랜 기간 쌓인 관계와 역량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한-아세안 관계도 축적된 외교를 바탕으로 계속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임성남 주아세안 대사


[광장]영국의 아세안 외교와 '탈구입아'(脫歐入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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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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