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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이 산 재밌네~다이나믹하고 아찔한 팔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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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327m의 산이 뿜어내는 기세 대단
홍천강변에 솟은 여덟 봉우리, 팔봉산
산림청 선정, 전국 100대 명산의 하나
3봉에 서면 굽이쳐 흐르는 홍천강 절경

3봉에 서면 산을 휘감고 도는 홍천강의 절경과 첩첩 이어지는 산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3봉에 서면 산을 휘감고 도는 홍천강의 절경과 첩첩 이어지는 산세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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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팔봉산은 홍천강 중간쯤에 위치한 산입니다. 크고 작은 여덟 봉우리가 형제처럼 솟아 있어 팔봉산이라 불립니다. 해발 327m로 높지도 않습니다. 산행 초보자들도 '어 이정도야' 라며 만만하게 볼 수도 있는 높이입니다. 하지만 산을 오르는 과정은 그리 녹록하지 않습니다. 봉우리와 봉우리 간격이 넓지 않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문제는 험한 암봉이라 곳곳에 위험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힘든 산행의 보상은 산을 휘감고 도는 홍천강의 절경과 첩첩 이어지는 산세의 풍경들입니다. 산림청에서도 수려한 팔봉산의 모습에 '100대 명산'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동쪽의 1봉부터 시작해 서쪽 끝에 있는 8봉까지 순서대로 봉우리를 찾아 인증샷을 찍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했던가요. 여덟 봉우리를 오르고 내리다 보면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을로 든 길목, 낮지만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팔봉산으로 떠나봅니다.


홍천강을 끼고 팔봉산유원지로 들어서면 여덟 봉우리가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바로 팔봉산이다. 옛 이름은 감물악산이다. 감물은 신령이란 뜻으로 '신령이 깃든 험한 산'이라 감물악산으로 불리다가 정확히 알 수 없는 언젠가부터 팔봉산으로 불렸다고 한다.

산 아래로는 홍천강이 유유히 흐른다. '산도 높지 않고 1봉부터 8봉까지 능선 따라 가면 되니 힘들진 않겠다' 하는 마음이 살짝 든다. 주차장을 출발해 팔봉교를 건너 다리 끝 매표소로 간다. 산행은 매표소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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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산의 등산로는 매우 단출하다. 오르는 길은 1봉으로 가는 길뿐이다. 일방통행인 셈이다. 하산하는 길은 2봉과 3봉, 5봉과 6봉, 7봉과 8봉 사이 그리고 8봉을 넘어 이어진다. 산행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대부분 8봉을 모두 넘어서 내려온다. 하지만 안내문에는 7봉, 8봉 사이로 하산하길 권한다. 그만큼 8봉과 하산길이 험하단 이야기다.


등산화 끈을 단단하게 묶고 계단을 오른다. 처음부터 급 오르막의 시작이다. 다리에 힘이 팍팍 들어간다. 5분여 계단을 오르면 산길이 나타난다. 이제부터는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야' 하는 기대를 안고 걸음을 옮긴다. 기대가 실망으로 변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오르막이 심한 건 매한가지다.


산행을 시작한지 40여분 만에 1봉 아래에 도착했다. 산이 낮기에 정상까지 오래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중간 중간 멈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숨 고르기를 해야 한다. 특히 1봉 정상을 코앞에 두고는 거친 암봉을 올라야 한다. 로프를 잡고 수직으로 솟은 암봉을 올라야 하니 순간적으로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 휴일에는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는 구간이다. 긴장한 등산객들도 조심조심 로프를 잡고 걸음을 옮긴다.

5봉에서 바라본 홍천강 풍경

5봉에서 바라본 홍천강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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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산은 암봉이라 곳곳에 난코스가 많다. 로프를 잡고 오르거나 철계단을 따라 오르는 등 산행내내 긴장감이 흐른다.

팔봉산은 암봉이라 곳곳에 난코스가 많다. 로프를 잡고 오르거나 철계단을 따라 오르는 등 산행내내 긴장감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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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봉에 오르니 뒤로 여덟 봉우리가 펼쳐진다. 산 아래로는 홍천강이 휘감아 돈다. 강과 산의 완벽한 조화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 각각의 봉우리가 서로 가까이 붙어 있어 다음 목적지가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갈 길이 멀게 느껴진다.

암봉을 내려와 산길을 걷고 다시 암봉을 오른다. 수직 절벽이 길을 막아선다. 2봉에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다. 절벽에는 발을 디딜 수 있는 받침대와 로프가 설치되어 있다. 정상에는 삼부인당이라 불리는 작은 당집이 있다. 이씨, 김씨, 홍씨 세 부인을 모시고 있다. 400여 년 전인 조선 선조 때부터 팔봉산 주변 사람들이 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며 액운을 막는 당굿을 해오는 곳이라고 한다.


팔봉산 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3봉으로 가는길도 만만치 않다. 봉우리와 봉우리 간격이 넓지 않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한다. 문제는 험한 암봉이라 곳곳에 위험이 숨어 있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조심 내려오면 바로 수직으로 솟은 바위가 길을 막아서길 반복한다. 안전을 위해 암봉에 설치한 철제 사다리가 없다면 팔봉산은 오를 수 없는 산이다.


숨을 헐떡이며 3봉 정상에 섰다. 산을 휘감은 강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한참을 봉우리 바위에 앉아 아름다움 풍경을 즐겨본다. 산행객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어주며 인생샷을 남긴다.

해산굴을 통과하는 산행객

해산굴을 통과하는 산행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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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이 멀다. 다섯 봉우리가 더 남아 빠르게 3봉을 내려선다. 4봉은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봉우리다. 해산굴이라 불리는 아주 좁은 바위굴이 있다. 이 바위틈을 통과하는 어려움이 출산의 고통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위에서 보면 영락없이 산모의 몸을 뚫고 나오는 아이의 모습과 같다. 바위틈을 여러 번 통과할수록 무병장수한다는 전설이 있어 '장수굴'로도 불린다. 워낙 인기가 있어 주말이면 해산굴 앞에 긴 줄이 늘어선다. 통과하는 재미를 만끽하려면 수고스러워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꼭 통과에 대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우회도로가 잘 되어 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산행의 절반은 마쳤다. 그러나 남은 5, 6, 7, 8봉이 훨씬 위험하고 까다롭다. 암봉도 수직으로 솟아 있고, 발을 딛기 어려운 곳이 매우 많다. 길이라고 볼 수도 없는 바위를 타고 오르내려야 한다. 6봉과 7봉에서 절벽 같은 곳을 로프에 의지해 내려가는 모습이 유격훈련과 다를 바 없다. 위험한 곳에 안전시설을 해놓았지만, 잠시만 방심하면 자칫 사고를 당하기 쉽다.


산이 낮다고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 '무턱대고 오르다가 봉우리를 넘나들며 한숨을 내쉬고 후회한다는 산'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2봉에서 바라본 3봉

2봉에서 바라본 3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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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준의 여행만리]이 산 재밌네~다이나믹하고 아찔한 팔봉산 원본보기 아이콘

체력이 고갈되고 다리에 힘이 빠질 때 쯤 마지막 남은 8봉 앞에 선다. 고민의 순간이기도 하다. 절벽 아래 경고문에 절로 눈길이 간다. 8봉은 가장 험하고 안전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코스이니, 등산 경험이 많지 않거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이 지점에서 하산하라는 내용이다. 잠시 망설여지지만 여기까지 힘겹게 온 것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다는 오기도 생긴다.


8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지만 다른 봉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손잡이와 발받침을 설치해서 생각보다 수월하다. 만약 안전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면 초보자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산 할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급경사에 철제 받침대, 로프 등 안전시설이 있지만 긴장감은 최대치로 오른다.

8봉을 내려서면 홍천강변을 따라 길이 매표서까지 이어진다.

8봉을 내려서면 홍천강변을 따라 길이 매표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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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계단 아래로 홍천강이 보이기 시작한다. 힘들게 넘어 온 여덟 봉우리가 하나씩 떠오른다. 8봉 아래는 강변길이다. 출발한 매표소까지 홍천강을 끼고 유유자적 트레킹 하는 기분이 절로난다. 힘든 산행을 마친 후 시원한 강바람이 땀을 식혀주니 그야말로 속이 뻥 뚫리며 온몸이 짜릿하다. 산행은 사진도 찍고 풍경도 감상한다면 3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서울, 양양고속도로 춘천방면으로 간다. 남춘천 IC에서 남춘천 비발디파크 방향으로 나와 광판삼거리에서 양평방면으로 가면 팔봉산유원지다. 네비게이션은 팔봉산을 찍고 가면 유원지 주차장으로 안내한다. 주차는 무료. 유원지에는 당일 선착순으로 이용하는 캠핑장도 인기.


▲볼거리=공작산 수타사, 무궁화테마파크, 비발디파크, 알파카월드, 삼봉약수, 가령폭포, 배바위카누마을 등이 있다. 특히 10월이면 홍천은행나무숲이 개방해 한 달간 운영된다.





홍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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