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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삶의 마지막을 위한 '애도의 문장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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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저자는 가족과 지인들의 생사기로를 목도하면서 스스로 죽음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땅한 해답에 이르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낙담할 필요는 없겠다. 도무지 알 길 없는 '죽음 이해'에 매달리는 대신 죽음을 공동체적 차원에서 바라보며 기어코 '죽음과의 화해'라는 우회로를 발견해내기 때문이다. 예컨대 후반부에 전개되는 '좋은 죽음'과 '좋은 애도'에 대한 헤아림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불가해를 받아들이며 도모한 화해의 결실이다. 글자 수 972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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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역사에서 아리에스가 특히 주목하는 건 20세기에 일어난 질적 변화다. 그는 이를 '금지된 죽음'이라고 표현했다. 죽음이 사회로부터 격리, 은폐되고 애도마저 금지당한 까닭이다.


그에 따르면, 대개의 사람들이 병원에서 "혼자 은밀히 죽어가는" 오늘날, 환자와 유족은 조용히 감정을 자제해야 한다. '품위 있는 죽음' '품위 이는 애도'가 죽음의 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울며불며 슬퍼하는 것은 교양 없고 병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나도 그랬다. 담담히 죽음을 맞고 조용히 슬픔을 억제하는 게 좋은 죽음, 좋은 애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리에스의 글을 읽으면서, 어쩌면 이때의 '좋은 죽음'이란 지켜보는 이에게 충격을 덜 주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죽음을 맞은 이에게 마지막까지 타인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통제하고 연출하도록 요구하는 게 아닐까, 그리하여 진실로 자신의 죽음을 느끼고 살고 완성하는 걸 막는 게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지금도 나는 담담히 죽음을 맞기를 꿈꾼다. 또 먼 길 가는 망자의 넋이 어지럽지 않도록 조용히 보내드리려 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수전 손택처럼 마지막까지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걸 나쁜 죽음이라 생각진 않는다. 상실의 아픔을 못 이겨 대성통곡하는 게 교양 없는 짓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방식대로 살고 죽고 슬퍼할 권리가 있다. 누구도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죽어라 요구할 수 없듯이 그만 슬퍼하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아리에스가 지적했듯, 사람을 병들게 하는 건 과도한 슬픔이 아니라 오히려 슬픔의 금지다. 애도, 즉 상실의 슬픔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중략)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것이고, 어떻게 죽을까를 생각하는 것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죽음교육은 삶을 위한 교육이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 자체가 이걸 배우는 학교다.


-김이경, <애도의 문장들>, 서해문집,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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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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