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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SK 위자료 20억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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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는 정신적 피해보상금
SK직원들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시론]SK 위자료 20억원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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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로 3000만원 받았다."


몇년 전 배우자와 헤어진 친구가 한 말이다. 적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상대가 큰 잘못을 했다. 귀책배우자는 전문직업인으로 큰돈을 벌었다. 나중에 3000만원이 사실상 위자료로 받을 수 있는 최대액이란 걸 알았다. 10여년전까지 일반적인 외도 위자료 상한은 1500만원선이었다.

이걸 확 끌어올린 게 2016년 한 여성 방송인 이혼 소송 판결이다. 그녀는 상대가 유부남인 걸 모르고 결혼했다. 상대는 결혼 후 혼외자도 낳았다. 심지어 배우자를 때렸다. 법원은 위자료 5000만원을 선고했다. 이후 위자료 2000만원, 3000만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까지 이혼 전문변호사들은 "외도, 폭행에 혼외자까지 있어도 위자료 상한은 5000만원"이라 했다.


작년 위자료 5000만원 벽이 깨졌을 때 놀랐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가 억대 위자료 시대를 열었다. 작년 가정법원(1심)은 최 회장에게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혼외자식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 컸다. 민법 제840조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 ‘혼인을 지속하기 힘든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 노 관장이 당시 요구한 위자료의 3분의 1 정도였다.


또 지난달 말 서울고법(2심)은 최태원 회장에게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이 요구한 액수의 3배 수준이다. 서울고법이 밝힌 위자료 산정 근거는 명쾌하다. "최 회장이 2005년 부정행위를 시인했고 혼외자를 2010년에 낳았다. 2011년 가출해 십수년 별거하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 관장이 유방암 판정을 받은 것이 2009년 5월인데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본다."

앞으로는 억대 위자료 판결이 꼬리에 꼬리를 물것이다. 법원은 부정행위 경위, 기간 및 횟수, 나이, 직업, 재산 등을 따져 위자료 액수를 정한다. 하지만 판례, 선례도 중요하다. 사상최대 액수가 5000만원이라면 1억원은 힘들다. 이제 20억이란 선례가 있다. 5억, 10억 위자료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올 것이다.


하지만 조단위 자산가라면 20억도 시쳇말로 껌값이다. 덩어리가 큰 것은 재산분할이다. 1심법원은 최 회장에게 재산분할로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2심에선 그 액수가 1조3800억원으로 치솟았다. 그 근저에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로 흘러들어와 기업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대표 상품이 교복이었던 선경은 1988년 두 사람이 결혼한 뒤 한국최고 이동통신업체, 세계 일류 반도체 제조업체로 변신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SK임직원들이 피땀을 흘렸다. 그 가운데 부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일까. 새발의 피보다 적지 않을까. 하지만 판결을 보면 SK는 과거 정권의 불법 비자금과 정권과 야합한 오너 일가 덕분에 지금 위치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위자료(慰藉料)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피해보상이다. SK그룹 임직원 숫자가 약 12.6만명. 퇴직, 이직까지 합치면 그 몇배다. 아이들에겐 부모, 학생들에겐 학교, 직장인에겐 회사가 인생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자부심의 원천이어야 한다. 수십만명이 느낀 좌절감, 분노를 합쳐 위자료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1억이 넘는 이혼 위자료엔 놀랐다. 하지만 수십만명이 집단소송을 내 1조3800억원이 넘는 위자료를 받아도 놀랍지 않을 듯하다.





백강녕 디지털콘텐츠매니징에디터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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