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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코로나 시대 국제 상호주의 갈등, 우리 국민 안전이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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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국제외교에 가장 기준이 되는 원칙이 있다. 국가 간 상호주의(principle of reciprocity)다. 상대국이 우호적이면 역시 우호적으로 대응하고, 비우호적이면 역시 비우호적으로 대응하는 원칙이다.


우호적인 나라와는 교류의 폭을 넓히고 그렇지 않은 국가와는 폭을 좁히는 것은 외교의 상식이며 기본이다.

코로나19 시대에 들어 상호주의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방역을 이유로 국경을 막고 여행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문을 닫으면 우리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원칙이 무조건 적용되는 건 아니다. 유럽이 미국인의 입국을 허용했지만, 미국은 현재도 유럽에서 오는 여행객들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이 돌아왔다고 외치며 대서양 사이의 미국과 유럽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여행 분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유럽 여행객의 입국 문제는 정상회담에서도 화제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유럽 여행객 입국 허용에 대한 질문에 "며칠 내에 알릴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더 이상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바이든 정부의 태도는 영국의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 일인 19일에 내려진 영국 여행 금지 권고로 명확해졌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하루 수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력한 규제를 가하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미국은 같은 날 캐나다가 백신을 접종한 자국민을 다음 달부터 격리 조건 없이 입국시키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상응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백악관 측은 오히려 "보건 전문가들이 논의 중이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코로나19와 관련해 상호주의 원칙이 무너진 예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백신 접종 완료자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를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산 백신을 승인한 직후 결정했다. 결정 시점이 묘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중국 백신 접종자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를 허용한 건 우리가 처음이다.


중국이 여전히 한국인의 입국 시 자가격리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상호주의 적용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한 불만이 쇄도하는 건 분명한 이유가 있다.


미국에 거주하는 동포 중 직계 존비속이 없는 이들은 한국 정부가 긴급사용을 승인한 백신을 맞고도 입국 시 자가격리 대상이다. 효력이 불분명한 중국 백신 접종자와의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미주지역 공관 직원들은 최근 밤새워 자가격리 면제 서류를 발급하면서도 고국 방문을 하지 못하는 동포들의 불만을 달래야 하는 어려움마저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의 결정은 우리와 더욱 대비된다. 캐나다는 19일 국경개방을 선언하면서 중국 백신 접종자는 가차 없이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국에서 승인받지 않은 백신이라는 이유에서다.


상호주의에 따라 행정 편의를 제공하자는 국제적인 노력을 무시해 국민의 부담을 늘린 예는 또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미국 뉴저지주와 한국 간의 운전면허 교환 건이다. 우리 도로교통법은 한국 면허증으로 교환해준 외국 면허증은 보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뉴저지주는 자신들은 한국 면허증을 보관하지 않는 만큼 상호주의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하며 최종 합의를 해주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수출 역군들이 지금도 영업 현장 대신 면허 시험장에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미국의 면허 시험장은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장소로 악명이 높다). 국가가 상호주의 원칙을 무시한 대가는 결국 국민의 몫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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